요즘 내가 빠져있는 노래가 있다.
출근길, 퇴근길, 산책길, 그 외 어느 곳에서든 이 노래는 플레이된다.
발매한 지는 좀 됐지만 난 항상 이렇게 뒷북을 친다.
2022년 8월에 발매된 최유리의 싱글앨범 <유영>의 수록곡 '숲'이다.
(최유리 작사/작곡)
멜로디가 좋아 젖어든다.
그런데 가사가 어렵다.
나는 숲?
나는 바다?
알듯 말듯한 가사를 곱씹으며 자꾸 듣다 보면 그냥
바다는 내 눈물이고
숲은 내가 되고 싶은 그 무언가임을 느끼게 된다.
숲인 줄 알았는데
그저 키 작은 나무 한그루에 불과했던
나를 발견하면서 흘린 눈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결국 나는 숲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현실 자각?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고작 키 작은 나무에 불과했다.
너무나 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이 꼭 큰 나무 같아서 나 또한 그렇게 생긴 나무라 착각했다.
키가 작은 내가 흘린 눈물은 금방 내 발에 닿아 꼭 바다처럼 느껴졌다.
나도 키 큰 나무가 되어 남들과 함께 숲이 되고 싶다.
그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고 싶다.
(앨범 '유영'의 숲 노래 소개)
중년의 나이임에도 아직도 난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부족한 나,
내 옆에 커다란 나무가 있으면 나도 똑같이 되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싶은 욕구.
욕망대로 되지 않는 현실 자각 앞에서 많은 마음속 눈물을 흘리고 그동안의 그 눈물을 모은다면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갈 정도인지도..
그런 눈물의 바다에서 좀 헤엄치며 겪다 보니 이제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숲이 돼 보려고 바라는 내가 너무 힘들다.
비록 보잘것없는 키 작은 나무 같은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숲의 일원이고
일원으로서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
멀리서 볼 때면
키 크고 멋들어진 나무들이 멋진 숲을 다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 볼까.
모두가 똑같은 키의 나무로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드문드문 작은 나무들이 있어야 빈 공간이 생기고
하늘이 보이고
새들도 날아다닐 수 있다.
그래야 숲이다.
그럼에도,
타인과 비교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가 아직도 순간순간 존재한다.
그럴 때 이 노래를 듣자.
눈물로 바다를 이루었으면 바라보지만 말고
그 속에서 유영하며 떠돌아다니고
바다인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얻자.
그래야 내가 원하는 숲으로 나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숲
최유리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밀어내지 마 날 네게 둬
나는 내가 보여 난 항상 나를 봐
내가 늘 이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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