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챙겨보는 드라마 중에 TV조선의 <빨간풍선>을 잘 보고 있습니다.
불륜을 주제로한 소위 막장 드라마이지만 주·조연들의 절절한 사연들과 적절히 가미된 코미디적 요소로 인해
볼수록 빠져드는 흡입력 강한 드라마 같아요.
유부남으로 나이 50을 바라보는 고철회사 사장 '지남철'을 사랑하게 된 29세의 '조은산'은
사장과의 불륜이 들통났지만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지남철 주변을 서성대는데...
지난주 14회 차에서는 조은산이 카페에서 지남철 와이프를 만났고
사장님과 이혼해 달라고 요구하는 있는 모습을, 하굣길에서 지남철의 두 자녀
천이(누나)와 운이(남동생)가 목격합니다.
https://naver.me/FfWro6Qz
은산이는 지남철 와이프를 만나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모님은 사장님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저는 사장님없이 못 살아요"
이렇게 이혼해 달라고 당차게 얘기하는데...
ㅠㅠ 은산아 왜 그러니.. ㅠㅠ
.
자신의 엄마를 괴롭게 하는 은산이가 못마땅한 천이와 운이는 카페에서 나오는 은산이를 가로막고
거리에서 대화를 시도합니다.
천이(남철 딸): 상간녀 아줌마 맞죠?
운이(남철아들) :잠깐 어디 가서 얘기 좀 해요
천이(남철 딸) :어디 갈 거 뭐 있어, 우리 엄마 왜 만났어요?
은산 : 그냥 어른들끼리 얘기좀했어
천이(남철 딸): 어른 좋아하네 나하고 몇 살 차이나지도 않으면서!
우리 아빠 왜 만났어요 돈 뜯어내려고요? 아빠 깡통이에요
은산: 그런 거 아냐
천이(남철 딸) : 우리 아빠같이 늙은 사람 좋아할 리 없잖아!
우리 엄마 힘들게만 해봐 가만 안 둬
은산 : 미안해 너네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운이(남철아들): 하나만 물어볼게요 우리 아빠 책임질 수 있어요?
천이(남철 딸) : 그딴 건 왜 물어보는데 상간녀한테!
운이(남철아들): 담에 늙어서 할아버지 돼도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천이(남철 딸): 아 글쎄 상간녀가 왜 책임지냐고! 엄마가 있고 우리가 있는데! 저기요 상간녀 아줌마, 울 아빠 건들지 마세요. 한번만 더 울아빠 찾아오고 울 엄마 힘들게 하면 가만 안 둬.
우리 학교 일진 얘들 다 내 친구야 무슨 말인지 알죠, 가자!
운이(남철 아들): 울 아버지, 이혼해도 혼자 안 가요,
우리도 같이 데려갈 거예요 3종 세트로.
천이(남철 딸): 그딴 말을 뭐 하려 해, 상간녀한테!
은산 : 잘 가..
운이(남철아들): 안녕히 가세요~
천이(남철 딸): 인사하지 마 바보야.
저는 이 장면, 이 대화를 듣고, 보면서
상황에 맞지 않은 것 같은 말을 하는 아들의 질문, 언어, 표현이 이해가 안 됐고 답답했습니다.
누나가 계속 "그런 말을 왜 해, 그런 걸 뭐 하러 물어,
인사는 왜 해 상간녀한테!!"라고 핀잔주는데,
제 생각도 같았습니다.
'아들은 왜 아빠랑 바람피운 여자에게 저런 점잖은 말투로
아버지를 책임질 수 있냐는 질문 따위나 해대는 걸까,
누나처럼 여자에게 대들고
화내고
엄마 편에 서서 따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짜증 나..' 이런 맘이었어요~
중학생인 누나 천이는
가정을 파탄내고 엄마를 힘들게 하는 은산에게
반말을 사용하고 상간녀란 표현을 하면서 일방적인 통보와 경고로 일관합니다.
엄마입장에서 이런 딱 부러진 딸이 너무 고맙고 든든할 것 같네요.
반면, 초등학생 아들 운이는 다릅니다.
재 왜 저래? 할 정도로 아빠와 바람피운 젊은 누나에게 시종일관 깍듯한 존칭을 사용하고
일방적인 경고가 아니라 나이 든 아빠를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할 수 있는지, 또한 자기들도 책임질 수 있는지 질문을 하지요.
마지막엔 안녕히 가세요라고 공손히 인사까지 하며 누나로부터 인사는 뭐하러 하냐고 핀잔받습니다.
아들 운이가 불륜녀인 은산에게 사용하는 언어와 질문은 마치 부모가 불장난 중인 자녀들을 '걱정하는 것 '같은 말투라고 느껴졌어요...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대응이 더 호감인가요?
저는 당연히 누나 천이의 대응이 속 시원~~ 하고 통쾌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신기합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자꾸 자꾸..
아들내미의 질문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아이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처가살이하면서 머슴처럼 일만 해 온 아빠를 평소 눈여겨보고 불쌍히 생각해 오던 아들은,
어린 불륜녀가 불륜녀라서 그냥 싫고 미운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빠가 사랑하는 누나인데 젊은 이 누나가 아빠가 더 늙었을 때 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또한
아빠가 이혼한다면 자신도 함께 올 건데 자신 있는지
뼈대 있는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절대 이혼은 안된다는 감정을 배제하고
아빠의 행복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현재의 불같은 사랑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의 아빠와 함께 살게 될 경우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지,
초등학생이 29세의 철없는 불륜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준 셈입니다.
그냥 드라마 대사일 뿐인데
하나의 상황에 대면해서 다른 언어와 표현으로
불륜녀인 은산을 대하는 두 자녀의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인상 깊었는데요
제가 지남철의 와이프라면...
딸 천이의 행동에 위로받을 것은 확실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아들의 속 내공이랄까
깊은 내면이 시청자인 제 맘을 더 움직인 것 같습니다.
평소 아빠에게 무심했던 딸 지찬이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불륜녀가 싫고 미워
가시돋힌 뾰족한 말로 상처를 주는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하고,
아빠를 늘 지켜봐 오면서 아빠의 속내, 외로움을 알고 있던 아들 지운이는 미운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젊은 불륜녀에게 늙어가는 아빠를 정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자식들도 함께 양육해야 하는데 생각해 봤는지 커다란 책임감과 고민을 어깨에 짊어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네요.
작가의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상관없이
저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장면이었기에 나름 분석해 보고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겠죠 ㅎㅎ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빨간풍선>~
이번 주말을 기다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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