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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시골 산책길 친구 '백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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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만나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행복해 보인다.
그들을 무척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이 항상 동행하고 있고 함께 동네를 누비며 신나게 콧바람을 쐰다.

때로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시골마을에 가게 되면
일상의 스트레스로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이 순화되고 리프레시되니 참으로 좋다.
 
반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꼭 보게 된다.
밖에 묶여 방치되어 있는 강아지.

그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늘 불편하다.
우두커니 서서 한참 바라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그냥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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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라고 해도 주인이 살고 있는 집 마당이라면 괜찮다.
한 곳에 묶여 지내긴 해도 주인의 보살핌이 있겠지 싶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그냥 동네 어떤 나무 아래
1m 남짓 짧은 쇠줄에 덩그러니 매어있기도 한다.

항상 그 자리만 뱅글뱅글 돌아야 하고
더럽고 텅 빈 밥그릇은  언제 밥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주인장으로부터 따스하게 불려지는 이름은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납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짖어대고
공격적이다.

몸이 움찔거리긴 해도
난 그 아이들이 무섭지 않다.

짖어대는 소리가 마치
날 좀 바라봐달라 관심을 바라는 소리로 들린다.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나의 직장 부근 마을에
하얀 백구 한 마리가 있다.
그 길을 지날 때면 멀리서부터 나를 바라보는 녀석인데
이 녀석은 사납지는 않지만
늘 멍한 눈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무관심하다.
 
 

 
 
이 녀석은 마을 도로 부근 나무 아래 쇠줄에 매어 있다.
이름은 모른다. 
나는 그냥 백구라고 부른다.
 
이 녀석은 그래도 시원한 나무 그늘에 매어 있고
나름 집도 있으니
우려스러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는 개는 아닌 듯싶다.
 
다만 늘 짧은 쇠줄에 묶여 엎드려 있는 게 안쓰러워 
지나갈 때면 항상 아는 체를 하고 인사를 건넨다.
"안녕 백구야"
그래야 한 번이라도 일어나고 움직거리니 말이다.
 
 

 
 
어라 나와 눈이 마주쳤네~
 
백구야 간식 먹자~
준비해 온 간식 한 개를 꺼내 들어 보이자
관심 있게 쳐다보긴 하는데
이젠 익숙해졌다는 듯 감동이 없는 표정이다.
예전에는 꼬리를 흔들고 좋아했는데 ㅎㅎ
 
 

 
가까이 접근은 못하고
백구를 향해 간식을 던져주자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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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를 다 먹자  아쉬운 듯
"또 없소?? "  이런 표정이다.
 
 

 
두리번거리며 바닥에 냄새를 맡고 더 없음을 알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녀석
 
 

 
 
'하나 더 가져올걸..  내일은 하나 더 가져올게 미안~ '
 
언뜻 보면 통통해 보이지만 
배를 보면 항상 쏙 들어가 있는 백구.
 
설마 내가 오늘 오후 준 간식 한 개가 너의 첫 끼니는 아니길 바라며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회사로 돌아간다.



녀석의 표정은 항상 시크하고 무표정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항상 이 시간 때면 내가 너의 앞을 지나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내일 또 맛있는 간식 가지고 올게.
내일은 좀 반갑게 맞아주라~~
 
묶여 있더라도 항상 같은 곳만 바라보지 않길.
제자리 뛰기라도 열심히 해서 무력해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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