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곤란으로 음식을 삼킬 수 없어 콧줄을 통해 유동식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엄마.
예전 요양원에서 허리를 다친 후로 걸을수도 없고,
요양병원으로 옮겨온 후부터는 앉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누워만 계셔야 하는 우리 엄마.
6:1 간병 시스템속에서 세심히 관리받지 못해 다리가 ㄱ자로 꺽여진 채 화석처럼 굳어버린 우리 엄마.
엄마를 보러 가는 매주 일요일마다 발걸음이 무겁다.
조금씩 나빠지는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두렵고
나의 좁은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심장을 타들어가게 한다.
엄마를 만나고 온 일요일부터 며칠 간은 불효자의 눈물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
오늘 방문했을 때 엄마는 계속 "아멘! 아멘!"을 공허하게 외치고 계셨다. 그리곤
"저 오늘 기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무슨 기도를 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고
그로부터 그말이 내 귀에서 뇌로 그리고 가슴으로 전달되는 속도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엄마 기도했구나,, 무슨 기도했어요?"
"떡복이 한그릇만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콧등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아팠다.
"엄마 떡복이가 먹고 싶구나 어떡하지? 떡복이 못먹어서?"
"아닙니다. 더 달라고하니 더 주셔서 떡복이 많이 먹었습니다" 라고 대답하신다.
정말 당장 따뜻하고 쫄깃하고 달짝지근한 떡복이 한 그릇 만들어 엄마 입안에 넣어드리고 싶다.
간절하지만 공허한 메아리같은 엄마의 기도 내용에 이 불효자는 또 한번 슬프고, 미안한 하루였다.
음식을 먹지도 걷지도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답답한 병원에서 숨만 쉬며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해도 울 엄마가 너무 가엾고 미안하다.
오늘 이후로 당분간 떡볶이는 먹지 못할 것 같다.
엄마생각에 떡이 목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다.
이제 떡복이 = 엄마 = 미안함의 공식이 만들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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