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길로 차가
많이 막힌 오늘.
저는 요양원으로
엄마를 만나러 다녀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제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면회 가능할 때 다녀와야 합니다.
추석을 맞이해서
임시적으로 면회가 허용되었어요
인원은 4명까지만 비대면으로요.
언니와 오빠, 저 그리고 딸아이
이렇게 4명.
엄마와 나 사이
두터운 비닐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각자의 말을 합니다.
엄마 앞에선 항상 웃으며
큰소리로 안부를 묻습니다
"엄마 잘 지냈어?
어디 아픈데 없어?
내가 누구야?"
엄마의 표정과 행동이
지난달만 못합니다.
저를 알아보는 듯
아닌 듯
알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핑돕니다..
요양원에 엄마를 만나러 올 때면
늘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한 번도 티를 내거나
소리 내어 운 적은 없습니다.
저 혼자 온 적이 없기 때문에요.
늘 형제들이나 딸과 왔기 때문에
제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어요.
오늘은 유독
상태가 좋지 않은 엄마를 보고 나니
목이 메어 살짝 눈물을 훔쳐봅니다.
엄마는
제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치매가 왔고 그래서
막내딸인 저의 든든한 보호자
또는 상담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혼자서
외롭게 겪어내야 했습니다.
저는 엄마의 지난 10년을 지켜봐 왔는데
엄마는 저의 지난 10년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전의 모습으로
엄마를 만나야 합니다.
아픈 엄마에게
근심을 드릴 순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시는 걸 보니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엄마에게 하소연하고
위로받고 싶다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은
접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엄마가 저의 딸이고
저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의 마음을
들어드려야겠습니다.
안아 드려야겠습니다.
엄마..
저 잘 살고 있어요
엄마도 부디
정신 꼭 붙들고
잘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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