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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정보

커피때문에, 영국판 사랑과 전쟁의 결과 [홍차]승!

by 고모란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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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모란이에요~

지난번 커피의 역사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커피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어제 드디어, 읽고 있던 '마시는 즐거움(마시즘 저)'을 다 읽었고
지금 드리는 이야기도 책의 일부를 발췌 및 정리한 것입니다.

커피의 발견부터, 유럽게 건너와서 커피하우스가 곳곳에 생겨났고
그 안에서의 열정적인 밤샘 토론이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이야기까지 포스팅했었는데요~

음료 버전의 '사랑과 전쟁'이 커피 때문에 일어났다는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 300년 전인 17세기 영국 런던에서 부인들이 하나의 물건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비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 이 비열하고, 시커멓고, 끈적끈적하며, 불결하고, 쓰고, 짜증 나는, 냄새나는 더러운 물!"

눈치채셨나요?

바로 커피에 대한 비난인데요,

아니, 시커멓고, 쓰고, 냄새나는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비열하고, 불결하고, 짜증나고 더럽기까지 하다니, 커피에 대해 안 좋은 감정들을 다 실어 표현했네요~
도대체 무엇이 영국 부인들을 이렇게 화나게 한 것일까요?


자 들어보세요~
저도 여자 입장에서 말이에요,
남편들이 밤새 집에 들어오지를 않는 거예요.
커피하우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말이죠.
시민의 대학이라고 불리는 커피하우스에서는 다양한 토론과 강의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빠져서 남편들이 집과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게 바로 문제였습니다.
그럼 부인도 커피하우스에 가서 놀면 되지 않냐고요?
그것이, 여성은 커피하우스 출입을 할 수 없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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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마음이 좀 이해되셨나요?
영국 여성들은 단지 커피를 비난한 것뿐 아니라 동시에,
남성들만 향유하는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을 가한 것이에요.

커피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커피에 대한 루머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신 영국 남자들의 정력이 프랑스 남성만큼이나 형편없어졌다."
이 무슨.. ㅎㅎ 프랑스 남성들은 무슨 죄??

 

 

커피(출처 유토이미지)

 

커피를 반대하는 여자들의 청원에 대한 남편들의 답장

 

다른 건 다 참았지만 정력을 문제 삼고 나서자 영국 남성들은 결국 분개하였고, 이렇게 응수합니다.
"커피야말로 정력을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의 묘약이다. 정력이 약해졌다는 주장은
여성들이 남성을 혹사시켰거나, 형편없는 남편을 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커피하우스를 가는 덕분에 여성들이 자그마한 불륜을 즐길 수 있지 않았느냐"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반응까지 했다고 합니다.
아 이 대목에서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 배우의 명대사를 읊어봐야겠어요.
'어이가 없네~~'


결국 이 싸움은 어떻게 됏을까요~
여성들의 패배로 끝이 났다고 합니다.
이 전쟁 이후 영국 여성들은 커피 하우스는커녕, 집에서 조차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유아인 호출,
'어이가 없네~~'


커피 대신 홍차 모임

 

커피하우스에도 갈 수 없고,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된 영국 여성들은
버터밀크라는 시큼한 음료만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요,
동양에서 건너온 어떤 음료가 여성들의 손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홍차 Black Tea'였습니다.
커피하우스에서도 홍차를 구할 수는 있었지만, 토머스 트와이닝(Thomas Twining)이라는 상인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차 세트(홍차+도자기)'를 판매하면서 집에서 차를 마실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에요.
이때부터 <와이닝 얼그레이>는 지금 저희 집에도 있는,
홍차의 대명사 같은 유명 브랜드가 되었지요^^

홍차
홍차(출처 유토이미지)


영국 여성들은 이제 커피하우스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트와이닝은 매끈하고 화려한 도자기를 통해 세련미를 풍기면서도
찻잎의 종류를 다양하게 블렌딩 할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했기 때문에
다양한 블렌딩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과정은 영국 여성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에요~

영국 여성들은 자신의 거실에 티룸을 만들고 홍차를 중심으로 한 사교 모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홍차를 반대하는 남성들의 모임

홍차가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상황이 역전이 된 것이에요~
" 이따위 이파리에 돈을 쓰다니!"

 


하지만 못 이기는 척 마셔본 홍차의 맛은 흠잡을 곳이 없었어요.
맛을 흉볼 수 없게 되자 이번엔 홍차를 대접하는 데 사용하는 중국산 도자기 (당시의 메이드 인 차이나는 초고가 명품이었습니다)의 가격을 문제 삼았습니다. 고가의 도자기가 자신의 재산을 축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티룸에 비치되기 시작한 도자기는 점차 부와 교양의 상징이 되어 갔어요~~~

남녀 모두 입장할 수 있는 영국 최초의 공공장소 <플레저 가든>

홍차가 인기를 끌자 커피하우스는 점점 어두운 선술집 분위기가 되어 갔습니다.
영국인들은 이제 거실에서 모여 홍차를 마시는 게 가장 힙한 행위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신, 집 거실에서 홍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 시작한 것이에요.
물론, 홍차 모임의 초대권은 여성에게 있었기 때문에
커피로 인해 주눅 들어 있던 여성들은 이제
예전의 기죽어 있던 여성들이 아니었습니다.

순악질여사 으매 기죽어

이후, 영국은 홍차의 나라가 되었고,
가정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홍차가 트렌드가 되고 대중화가 되자, 여러 사람이 함께 홍차를 어울려 마시기엔
거실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에요.
넓은 공원이나 정원에 티 테이블을 두고 차를 즐기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는 플레저 가든(Pleasure Garden)이라고 하는 오늘날의 티 가든이 만들어진 것이고요,
<플레저 가든>은 남녀 차별 없이 함께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영국 최초의 공공장소가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재미 있으셨는지요~~
갈등으로 시작해서 화해로 끝난 커피와 홍차, 남자와 여자 간의 전쟁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누구 하고나 자유롭게 차를 즐길 수 있는 지금을 살고 있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역사였습니다.

남녀가 마주 앉아서 차 한 잔을 마시기까지 이렇게 적잖은 갈등을 겪어 왔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오늘과 같은 자유를 얻었으니, 새삼
누군가와 마주 앉아 즐거운 대화를 하며 커피 한잔, 홍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오늘따라 아주 소중 소중~~ 하게 느껴져요~~

오늘은 어떤 소중한 분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실 예정이신가요.
부디 즐거운 시간이길 바라고 오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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