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으니 길을 걷다 한번 더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겨울 동안 추위에 쭈그러들었던 어깨도 펴게 되니
모든 세상이 이제야 눈에 담긴다.
오늘은 우연히 다양한 의자들이 내 눈 안에 들어왔다.
집 앞 골목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의자
(그 의자엔 늘 다양한 표정과 차림새의 사람들이 앉아 잠시 쉬어간다. 애연가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손님들 편하게 앉아 대기하라고 식당 앞에 놓인 기다란 의자.
(편하게 앉아 기다리고 마련한 의자일 텐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초조하게 때론 성질 난 얼굴로 서 있기도 한다)
오늘 어느 집 이사를 온 걸까
낡고 바랜 천이 둘러쳐진 기다란 소파 의자가 아파트 입구에 버려져 있다.
(지금은 버려졌어도 지금까진 최선을 다해 집주인의 몸무게를 버텨왔겠지..)
그리고 방금 전 나는
높은 천장에 있는 접시를 꺼내기 위해 의자를 밟고 올라야만 했고
그 의자에 앉아 곧은 자세로 밥을 먹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일을 하고 기대어 쉰다.
참 쓰임새도 다양하다.
나무가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경이로운 생명이라면
의자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은혜로운 창작품인 것 같다.
언젠가 읽었던 시 한 편이 떠올라 끄적여 본다.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야
비가 많은 3월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쓰임새있는 의자같은 존재가 되고 싶고,
내가 쉼이 필요하거나
손에 닿지 않는 무언가에 닿고자할 때
안전하게 받쳐줄 의자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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