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화방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 한 대표적인 순정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난 왜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걸까.
그렇다고 내가 뭐 도서실에서 공부만 한 공부벌레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만화라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인공 정도는 알고 있다. '마리 앙투와네트' 그리고 '오스칼'.
그리고 이 명작을 책이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로 최근 드디어 보게 되었으니, 늦었지만 제작사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 달라 가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한 로맨스 정도로 예상했지만,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대의 비극과 이상, 그리고 한 여성이 살아낸 삶의 결단과 인간적 사랑을 강렬하게 그려낸 걸작'이었다.
보는 내내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전율이 흘렀다. 찌릿함이 머리와 가슴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됐다.
오늘 나는 핵심인물인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Oscar François de Jarjayes )'과 제목의 '장미'가 상징은 바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두 딸을 둔 부모로서의 나의 갈등을 적어보려 한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어떤 내용인가>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혁명 전야, '마리 앙투아네트'와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왕실의 화려함과 몰락 그리고 귀족과 민중의 충돌을 그린 역사와 로맨스가 섞인 이야기이다. 일본의 만화가인 '이케다 리요코'의 창작품을 영화화했다.
<베르사유의 장미 주요 인물은 누구인가>
★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
여성이지만 아버지에 의해 남자로 기러 져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된 인물이다. 강인한 외모와 정신을 지녔으며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면서도 자신의 이상과 달랐던 그녀의 몰락을 지켜보게 된다.

★ 마리 앙투와네트
오스트리아에서 시진 온 프랑스의 왕비이다. 아름답고 유쾌하지만 사치와 방종으로 민심을 잃고 결국 처형당하게 되는 비극적 인물이지만, 한편으론 여성으로서의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을 드러내기도 하는 인물이다.
★ 앙드레
오스칼의 하인으로 평인 출신인 친구로, 오스칼을 오랫동안 사랑한다. 계급의 벽과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다.
★ 페르젠 백작

마리 앙투와네트와 비밀스런 사랑에 빠지는 스웨덴 귀족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약속으로 끝까지 혼인하지 않았다. 애절한 로맨스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 주요 갈등과 장미의 상징>
1. 오스칼의 자아 정체성과 이상과 현실사이 갈등
#오스칼_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존재_'가시 있는 장미'
남자로 살아가는 여성의 존재 이유, 계급과 사랑, 정의 사이에서의 오스칼의 고뇌가 깊이 있게 묘사되는데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장미'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오스칼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했을 때 오스칼은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장미 그 자체이다.
오스칼은 부모의 의지로 남성처럼 자라나 군인으로 살아가지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함께 안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려는 강인함(가시)과 섬세한 감성(꽃잎)을 모두 지닌, 전형적인 '가시 달린 장미'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녀가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겪는 내면적 갈등을 상징한다.
2. 귀족 사회의 몰락
#오스칼_화려하지만 덧없는 귀족 사회의 일원_'쉽게 시드는 장미'
오스칼은 귀족 계급에 속해 있지만, 프랑스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반감을 품고 결국 혁명에 동참하게 된다. 그녀 자신도 '베르사유의 장미'이지만 그 장미의 화려함이 곧 파멸로 가는 길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결국 시드는 존재, 즉 프랑스 귀족사회의 종말을 암시하는 도구이다. 영화 후반부에 '앙시앙 레짐'이라 외치는 군중의 짧은 외침이 내게 상당히 강렬했다.
- 앙시앙 레짐 (Ancien Régime) : 구체제, 옛 제도를 의미. 프랑스혁명(1789년) 이전까지 프랑스를 지배하던 절대왕정 중심의 사회. 정치, 경제 체제를 말함
화려한 장미는 결국 시들어 앙시앙 레짐으로 전락했다.
3. 로맨스 VS. 혁명
#오스칼_사랑의 비극_'짧고 찬란하게 피었다 지는 슬픔의 상징, 장미'
오스칼은 낮은 신분이었던 앙드레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 사랑을 막 받아들이려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혁명에 참가하기 전날 밤 둘은 사랑을 확인하고, 혁명 당일 오스칼은 앙드레에게 말한다.
"앙드레! 돌아가면 우리 결혼하자"
아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아, 돌아갈 수 없겠구나, 결혼할 수 없겠구나..'를 짐작하게 되어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왔다.
이제야 여성으로서 내면의 소리에 솔직해지고 자유로워졌는데, 오스칼의 장미는 이렇게 짧고 찬란하게 피었다 지게 되겠구나 느껴졌다. 앙드레의 여자로 여성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군인의 길을 선택한 오스칼은 여성과 남성의 이중성을 모두 보듬는다.
#오스칼_이상과 정의를 향한 투쟁-'혁명과 붉은 피의 상징, 장미"
장미의 붉은색은 피와 희생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적 격변과 그로 인한 희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스칼은 여성으로서 억압받던 사회에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혁명에 동참하는 강인한 인물이다. 내면의 자유를 갈망하라는 본인의 뜻대로 이상을 향해 혁명의 장미로 피어나지만 결국 그 장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내 딸들에게 어떤 삶을 살라할 것인가>
귀족으로서 프랑스 궁정에 속한 몸으로서 프랑스혁명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날 오스칼은 자신을 남자로 키워낸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런 인생을 살게해 주셔서요. 키워주셔서요.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이토록 넓은 세상을 접하고 인간으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제 마음을 따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겠습니다. 나 자신을 검과 포탄에 바쳐 전쟁의 신 마르스의 자식으로 살것입니다."
귀족 가문의 명예를 짊어진 채 남자로 길러졌지만, 민중의 고통과 왕실의 부패를 직접 보게 되면서 내면의 정의감과 사람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혁명의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오스칼은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만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나는 두 딸을 둔 엄마이며 가장이다.
형편도 여유롭지 않다.
딸들에게 경제적 여유와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하긴,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서 보장이라는 단어자체가 무색하긴 하다)
마음이 시키는 것을 따라 살라 하기엔 현실이 막막하다.
오스칼에 깊이 물들고 공감하면서도 나는 자녀들이 현실도 챙기기를 바라고 있다.
하기는, 완벽한 자유를 누리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기 마음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
작은 것부터 자기 힘으로 선택해 보는 것,
그게 오스칼이 말한 '내면의 자유'에 조금씩 다가가는 게 아닐까 싶다.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이다.
나는 지금 내 딸들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넨다.
그건 화려한 장미가 아니라,
가시가 있어도 꺾이지 않는
그리고 언젠가 피어날 꽃을 품은 장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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